검은 설탕이 녹는 동안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고,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몰랐고, 이 다음에 무엇이 되고 싶은지도 몰랐던 스무 살 여자애였다. 세상은 텅 비어 있었고 무엇을 해도 심심했고 아무것도 긍정할 수 없었다. 다만 아주 막연히 어딘가로 가고 싶었다. 아침이면 늘 같은 자리에서 눈을 떳지만 모든 방은 섬으로 떠가는 뗏목같아서 나는 밤새 물위에서처럼 노를 저었다. 말하자면 나는 아직 알속에서 살고 있는듯이 세계에 대해 막연하고 어슴프레하게 하나의 추상으로 둥둥 떠 있었다. 제 속의 노른자위를 파 먹으며 한 마리 새가 되어가는 흰자위처럼... 더보기 이전 1 ··· 472 473 474 475 476 477 478 ··· 54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