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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이웃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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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내가 초딩일때의 일이다.

그때는 새학기가 시작되면 새로운 전화번호 책자를 구입했다. 디자인 크기 두께... 여러가지 면을 생각하여 몇일씩 문방구 앞을 서성이다가 사곤했다.

쬐그만 꼬맹이 녀석이 문방구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그 앞의 유리넘어로 수첩을 보는 것이 안스러웠는지(5학년때쯤?) 가게 주인이 나에게 전화번호수첩을 종류별로 꺼내놓고 수첩마다의 특징과 가격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준적도 있다.

어째뜬 새 전화번호 수첩은 나에게 근사한 보물이었다.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게 된다는 설레임과 학년이 끝날때쯤에는 이 수첩이 꽉 찰 정도를 많은 친구를 사귈수 있다는 생각에 잠을 못자곤 했었다. 어느샌가 새학기의 서먹서먹한 친구들은 친한 친구로 바뀌어 있었고 그들의 이름은 예외없이 내 수첩에 기록되곤 하였다. ㄱ ㄴ ㄷ ㄹ.. 으로 깨끗하게 정리된 내 수첩은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조금만 친해져도 쪼르르르 달려가서 그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곤 하였다. 그러다보니 해가 지날수록 나의 수첩에는 점점 많은 사람들이 기록되었다. 학교에서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때쯤 되면 내 빳빳했던 수첩은 너덜너덜한 낡은 수첩으로 바뀌었고 그 속에는 그 해 새로 사귄 많은 친구들의 이름과 주소로 가득차게 되었다. 그리고 난 그 수첩을 내 책상속의 상자안에 넣어둠으로써 한해를 마무리 하곤 하였다.

 

수첩에 전화번호를 적는 일을 그만둔 것은 고등학생때의 일이다.

고등학생이 되었을때, 난 더이상 새롭게 만난 친구보다는 기존 친구들과 어울리는 내 자신을 발견하였다. 이런 생각이 내 머리속을 스치는 순간 난 허겁지겁 책상으로 달려가 책상속의 내 수첩들을 꺼냈다.

그리고 그 동안 적었던 낡은 수첩들을 모아놓고 오랫동안 연락한 적도 받은 적도 없는 친구들의 이름 위에 빨간 볼펜으로 줄을 긋기 시작하였다. 이름을 적던 그 설레던 기억, 그들과 재밌게 놀던 기억, 그리고 지금은 연락조차 하지 않는 그저 오래전 알았던 사람들이라는 생각에 난 슬픔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너무나도 많은 이의 이름 위에 빨간볼펜의 줄이 갔음을 느끼고는 그 후로는 전호번호 수첩을 사는 일 따위는 하지 않게 되었다.

 

비록 지금은 수첩에 새 친구들의 목록을 작성하지는 않지만 핸드폰과 MSN등과 같은 곳에 여전히 새로운 친구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고 있다.

가끔씩 MSN에서 누군가가 날 차단,삭제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때마다 빨간줄을 긋던 내 지난 모습이 생각나곤 한다. 

혹은 어렴풋이 기억나는 이름의 번호가 100개나 저장되어있는 핸드폰 속 주소록을 보면서 그들의 핸드폰 속에는 여전히 내 이름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곤한다.. 

어린 시절에는 내가 친구들의 이름 위에 빨간 줄을 긋고 슬퍼하였지만 이제는 혹시나 내 이름 위에 빨간 줄이 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날 슬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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