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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지구는 전파로 가득 차 있다.

초저주파부터 극초단파까지, 방송, 항공, 항해, 이동전화, 데이터통신, 위성, 레이더, 아마추어 통신 등 수 많은 용도로 수 많은 전파들이 수 많은 정보를 싣고 전 세계적으로 빼곡하게 사용되고 있다. 유용한 주파수 대역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기도 하고, 선점한 주파수 대역을 경매에 붙여 비싼 값에 팔기도 한다. 하여간에 현대의 사람들은 보이지도 않는 공기의 진동에 많은 돈을 지불하고 있고, 실제로 그 지불한 돈보다 더 많은 돈을, 그 놈의 보이지도 않는 공기의 진동으로 벌고 있다.

하지만 공기를 매질로 사용하는 전파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미 모든 주파수 대역이 전 세계적으로 완전히 포화상태고, 도달범위도 길어야 수백 킬로미터로 전 세계를 커버하기에는 부족하다. 물론 일부 직진성이 강한 전파는 지구 반대편까지 도달하기도 하지만, 공기중을 통과하면서 잡음이 심해져 실제로 사용할 수준은 아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위성을 띄워서 커버리지를 넓히기도 하지만, 이 방법은 국가적인 규모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전파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면서, 나는 조금 이상한 점을 느꼈다. 왜 무선통신은 그 많은 매질 중에서 하필이면 공기만 매질로 사용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잊어버린 것일까?

지구가 진동하고 있다는 것을.

사실 지구 주파수를 이용하고자 하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처음 인터넷을 개발할 때도 지구의 진동을 이용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지구를 진동시키는데는 너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지진파 등의 지구 내부의 잡음이 심해서 실제로 상용화 하는 데는 실패했다.

하지만 현대에는 컴퓨터의 성능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잡음을 분석해서 걸러내는 것은 소프트웨어적으로 쉽게 극복이 가능하다. 또한 지구를 진동시키는 것도 기술적으로 어려운 것이 아니다. 지구의 주파수는 3~30킬로헤르쯔인데 이것은 우리가 가정에서 음악을 들을 때 사용하는 우퍼의 초저음역보다 약간 낮은 수치다.

나는 우퍼를 개조하여 지구를 진동시키고, 이것을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지진파 계측기를 이용하여 수신하는데 성공했다. 물론 예상보다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해서 전기료 부담이 많았지만, 이는 차차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지진파 계측기의 소형화인데, 이것이 무거운 추의 관성을 이용하여 지진파를 계측하기 때문에, 추가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정밀도가 높아져 가볍게 만들기가 쉽지 않다. 이 추를 어떤 것을 사용해야 무거우면서도 가볍게 만들 수 있을까?

인간의 신체를 안테나로 사용하는 것이다.

인간의 심박수는 안정 상태에서 50~60회 정도로, 유산소 운동을 통해 폐활량을 크게 하면 40~50회까지 떨어지며, 명상이나 단전호흡 등으로 호흡을 느리게 하거나 강심제를 복용하여 혈액의 용존산소량을 낮추면 30회 이하까지도 낮출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지구주파수와 동조하여 지구의 진동을 신체에서 직접 수신할 수 있다.

그런데 나는 내 몸을 안테나로 사용하는 실험을 하면서 이상한 경험을 했다. 가부좌를 틀고 명상을 하면 머리속에 이미지가 직접 떠오르는 것이었다. 떠오르는 이미지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었다.

- 하나님, 제발 로또에 당첨되게 해 주세요
- 우리 아들 대학에 붙게 해 주세요
- 여자가 넘어오게 해 주세요

분석 결과 지금까지 잡음이라고 생각했던 전파들을 뇌에서 직접 수신하여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으로 보였다. 즉 우리 인간은 기도 혹은 간절한 소망을 주위 사람들에게 브로드캐스팅 하기 위해 지구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로서 인간의 몸을 안테나로 사용하여 지구 주파수 대역을 통해 전 지구적인 궁극의 무선통신기술을 개발하려던 나의 연구는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인간의 잠재의식이 생각보다 놀라운 수준까지 사용 가능한 것을 확인하였으며, 앞으로 이동통신을 대체할 텔레파시 브로드캐스팅에 대한 연구에 매진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