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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포지셔닝

포지셔닝에 대한 책을 며칠 전 다시 읽어보았다. 다시 읽다보니 그동안 내가 포지셔닝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이 약간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포지셔닝은 제품 자체에 대한 포지셔닝이 아니라 소비자의 사고 속에서의 포지셔닝을 말한다.

즉, A라는 제품에 대한 포지셔닝은 제품 개발 초기부터 포지셔닝을 고려하여 제작될 수도 있고, 제품 개발이 완료된 후 제품에 맞는 포지셔닝을 구축하여 다가갈 수도 있다. 이 부분에서 난 한 가지 착각한 점이, 제품 자체에 너무 집착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마케터들이 제품 개발을 시작 할 때부터 관여하지는 못한다. 대기업이 아닌 이상에는 대부분 제품 개발이 완료된 후 이 제품을 팔아라고 하는 지상 명령 만을 받을 뿐이고, 그 때부터 마케터의 고민이 시작된다. 내가 처했던 환경도 마찬가지였다. 단순한 제품일 경우에는 제품의 문제점을 개발 완료 후에도 쉽게 수정할 수도 있는 반면에 개발 기간이 오래 걸리고 변경 비용도 만만치 않은 대부분의 제품의 경우에는 주어진 '완제품'을 어떻게 팔 것인가만 남는다.

여기서, 제품 자체의 특징 및 장점을 소비자 혹은 고객에게 어떻게 알릴 것인가(광고, 프로모션)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알릴 것인가(포지셔닝, USP)도 중요하다.

주어진 '완제품'의 포장 및 브랜드 런칭도 마케팅의 주요한 일이지만, 오히려 그것보다 우선적으로 이 제품을 소비자의 머리 속에 어떤 제품으로 남기고 싶은가라는 점을 소흘히 했다.

게임 마케터 입장에서, 보통 개발사 창업 멤버가 아닌 이상에는 개발 도중에 참여하기 마련이고, 개발이 50% 이상 진척된 상황에서 마케팅 포인트를 게임 안에 집어 넣기 위한 노력은 개발자나 경영자로부터 극심한 반발을 사게 되어 있다. 물론 개발 완료 후 팔릴 가능성이 극도로 낮은 게임이었다면 무수한 반대를 무릅쓰고라도 게임 수정에 압박을 가하겠지만, 50% 이상 진척된 게임이라면 개발자나 경영자로서는 판매에 대해 어느 정도 자신을 가지고 있고 또 외부로부터의 적당한 찬사도 받은 전력도 있어서 마케터의 수정 요구는 한낱 마케터의 참견이 될 공산이 높다.

행운이 따랐거나,개발자나 경영자가 마케터의 요구를 받아들여 마케팅 포인트를 높인 게임이라고 할 지라도 결국 그 게임을 팔기 위해선 확실한 포지셔닝이 필요하다. 그 포지셔닝이 마케터가 처음부터 생각하여 추가한 점이든, 아니면 나중에 새롭게 만들 수 밖에 없는 포지셔닝이든 거기서 부터 시작해야 하고, 그 대상이 소비자가 되었건, 고객이 되었건 간에, 어떤 점을 자신의 대표로 내세울 것인가를 결정하지 않고서는 무수히 많은 경쟁자에 묻혀버리고 만다.

여기서, 제품 자체에 주어진 포지셔닝적 요소를 제외하고, 그 나머지 훨씬 더 크고 중요한 요소, 고객의 머리 속에서 이루어지는 포지셔닝에 더 힘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익히 알고 있는 포지셔닝 이론에 따라, 우리 게임을 고객의 머리 어느 사다리에 위치시킬 것인가를 결정짓는 요소를 찾기는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은 몇 년전과 비교하면 약 5배 이상의 규모로 팽창하였고, 경쟁은 국내 개발사 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의 해외 개발사와도 이루어진다. 초기의 슈팅 및 액션 장르에 치우쳤던 것과 달리 최근엔 스노우보드, 테니스, 축구, 댄싱, RPG 등 다양한 장르로 캐쥬얼 게임 자체의 깊이도 깊어지고 폭도 넓어졌다. 이 수많은 게임 중에서 자신만의 포지셔닝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는 절대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1. 우리만 할 수 있는 것

2. 우리만 담고 있는 것

3. 우리만  노리는 대상

을 고민의 틀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 게임과 저 게임이 구별되는 건 단순한 캐릭터 모양일 뿐이고, 사용되는 아이템만 다를 뿐이라면, 어떻게 하여야 할 것인가? 3번째의 타겟에서는? 우리만 노리는 대상이 과연 적절한 시장이 될 것인가는 확실하지 않은 요소지만 해볼만한 요소라고 판단된다.

그러나, 구구절절히 포지셔닝을 구축하기 위해 수많은 아이디어를 찾아봐도, 충분히 알릴 수 있는 만큼의 마케팅 자금이 없다면 이것도 공염불에 불과하다. 아주 좋은 아이디어만 가지고 있는 것보다 평범한 아이디어에 많은 자금 쪽이 백배 낫다는 것은 경험적으로도, 또 포지셔닝 책에서도 나오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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