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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

위기 부른 파생상품시장, 축소하고 금융 공공성 키워야...

파생상품시장 어떻게 할 것인가?
 
 

2009.04.24 ㅣ 박형준/새사연 연구원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종창 금감원장은 지난 4월 16일 서울국제금융포럼에 참가해 이번 기회에 금융규제완화를 확실히 확립해서 금융선진국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역설했다(파이낸셜뉴스). 이런 관료들의 선창에 선물거래소로 유명한 시카고 상업거래소가 한국에 지부를 내겠다는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답가를 불렀다. 전 세계가 금융규제완화로 파탄이 났음에도, 현 정부는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된 금융허브라는 허망한 꿈을 버리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워렌 버핏이 대량살상무기라고 일컬은 파생상품시장이 충분히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였음에도 외국자본에게 여러 방식으로 농락을 당해왔다. 앞으로 자본시장통합법에 따라 자본시장의 개편이 본격화되고 부지기수의 금융상품들이 거래되기 시작하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를 수시로 접하게 될지도 모른다.

지난 새사연 보고서 “한국경제의 큰 구멍, 외환시장: 외환시장의 이해”(2009.04.09)에서는 국제외환시장과 한국외환시장의 현황을 알아보고, 선물환시장과 현물환시장이 어떻게 연동되어 움직이는가를 살펴보면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한국기업들의 환헤지 손실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기초를 제공하고자 했다. 이 글에서는 이미 다루었던 투기적 외환시장의 문제점을 확장해 파생상품시장 전반에 대해 알아보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외환시장과 자본시장은 동전의 양면

외환시장이 신흥경제국들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경제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외환시장이 홀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금융시장을 움직이는 주요 세력들이 여타의 자본시장과 긴밀히 관계하며 외환시장을 주무르고 있다.

외환시장은 지난 30여년 동안 신자유주의가 지속적으로 추구해 온 자본의 초국적화 혹은 자본시장의 국제화 경향 속에서 성장했다. 자본의 이동이 가속화되고 규모가 커지면서, 게이트웨이 역할을 하는 외환시장의 중요성도 점점 커져왔다. 지금의 위기 상황이 아니더라도 자본의 급속한 이동은 외환시장의 수요와 공급 사이에 일시적인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고, 그 결과 나타나는 환율차이에 의해 커다란 손실과 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잘 아는 금융계의 큰손들은 단순히 상황을 잘 이용해서 돈을 벌기도 했지만, 때로는 의도적이고 계획적으로 특정한 나라와 지역을 표적으로 환투기를 감행해 국가경제를 파탄시키고 큰 돈을 벌기도 했다. 우리나라가 포함된 1997년 동아시아 위기의 시발점이었던 태국 바트화에 대한 공격과 홍콩달러에 대한 공격, 이보다 앞서 1992년 유로체제를 준비 중이었던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 여러 유럽 국가들에 대한 공격이 그 중 잘 알려진 예이다.

단일통화의 예비단계인 유로통화시스템(EMS)에 참여하고 있던 국가들은 일정한 폭(±2.25퍼센트, 이탈리아는 예외적으로 6퍼센트) 안에서 환율을 고정하고 있었다. 이는 물가를 2.5퍼센트 내에서 억제하기로 한 정책과 쌍을 이루던 정책이었다. 그런데, 나라별로 경제 상황(성장, 고용)이 달랐기 때문에 이러한 고정환율체제가 과도기적 문제를 노출하고 있었다. 투기세력들은 이 틈을 노렸다.

투기세력의 공격에 대항해 여러 국가들이 외환보유고를 몽땅 털어서 환율방어에 나섰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영국과 이탈리아는 결국 백기를 들고 큰 폭으로 환율을 조정하였고 EMS를 탈퇴하였다. 당시 헤지펀드들이 동원한 자본은 1,200억 달러 정도로 추산됐고, 레버리지 효과까지 감안하면 투기의 규모가 1조 5,0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한국금융연구원, 2001). 이 때 유명해진 인사가 바로 조지 소로스이다. 그는 100억 달러 정도의 펀드를 동원해서 단기간에 1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투기가 외환시장 내에서 단독으로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유명한 사례를 보면, 금융시장의 주요 주체들은 일단 특정한 나라나 지역에 부동산, 채권, 주식 등에 중기적인 투자포지션을 구축하면서 자산시장의 붐을 일으키고 환가치를 높여 놓는다. 그 다음 특정한 시기를 잡아 보유하고 있던 자산을 집중적으로 매도하고 일시에 환전하면서 외환시장을 교란시킨다.

이들은 미리 환율하락에 대비하여 환헤지를 해놓고, 주식거래소에서 옵션이나 선물을 이용해 주가하락으로 인한 손실에 대해 헤지를 해놓은 다음 공격을 감행한다. 공매도 제도는 이들이 애용하는 수단이다. 하락 방향으로 끝까지 밀어붙여 자산과 통화의 가치를 하락시켜 놓고, 싼 값에 재매수하면 외환시장과 자산시장에서 이중의 이득을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옵션시장에서도 엄청난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EMS에 대한 공격을 감행할 때도 가입국들이 독일의 고금리 정책에 따라 모두 높은 금리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투기세력들은 금리차를 이용해 차입한 투자금을 유럽에 집중시켰다가 투기에 이용했다.

엄청난 규모로 성장한 파생상품시장

세계적으로 자본시장이 자유화되고 자본의 이동이 증가하면서 파생상품시장도 급성장한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그림1]은 반기별로 국제결제은행(BIS)이 통계를 내고 있는 전 세계 파생상품시장의 계약(잔액)규모를 나타내고 있다.

파생상품 시장은 거래시장의 유형에 따라 크게 장외거래와 장내거래로 나뉜다. 장외거래는 주로 은행이나 대형 금융기관들 사이에 이루어지는 창구거래 (over-the-counter, OTC)를 의미한다. 이는 외환시장에서 은행들과 등록된 브로커 기관들이 형성하고 있는 1차 도매시장과 같은 유형의 시장이다. 파생상품시장의 OTC거래에서도 세계 주요 은행들 사이에 이루어지는 거래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장내거래는 시카고 상업거래소(CME), 뉴욕 상업거래소(NYME)와 같은 거래소에서 이루어지는 거래를 일컫는다. 한국의 증권선물거래소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파생상품 거래소이다. 거래량으로 따져서 세계 최고의 장내거래소로 알려져 있다.

[그림1]을 보면, 2000년대에 들어서 파생상품의 거래가 급증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OTC거래는 엄청나게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2001년 말에 111조 달러 수준이었던 계약된 파생상품의 개념적 가치(notional value, 파생상품의 기초가 되는 자산의 명목가치)가 2004년 말에는 258조로 2.5배 규모로 성장했다. 특히 2005년부터 2008년 세계적 공황이 터지기 직전까지 성장 속도가 급격히 늘었음을 알 수 있다. 2004년 말부터 매해 30퍼센트이상의 성장을 이루었고, 특히 2006년에는 39퍼센트, 2007년에는 43퍼센트이상 규모가 증가해서 2008년 6월 기준으로 총 계약규모가 683조 달러에 달했다. 이보다 규모는 작지만 거래소의 파생상품 계약규모도 2000년 말 12조 달러 수준에서 2008년 82조 달러 수준으로 7배가량 규모가 커졌다.

파생상품시장을 이해하기 위해 위에서 언급한 거래형태별(거래소, OTC) 분류와 함께 자산형태별 분류와 상품유형별 분류를 알아보자. 먼저 자산 형태별로는 이자율 파생상품, 외환파생상품, AIG사태로 잘 알려진 CDS (credit-default swap) 등 신용파생상품, 에너지/금속/곡물의 거래와 관련된 상품파생상품, 유가증권관련 파생상품 등이 있다.

상품유형별로 분류하면, 크게 선물, 스왑, 옵션으로 나눌 수 있다. “한국경제의 큰 구멍, 외환시장”에서 언급했던 선물환, NDF, 외환스왑거래를 떠올리면서 간단히 이해하고 넘어가 보자. 예를 들어, 통화선물은 선물환 거래에서 설명한 것처럼 미래 특정한 날에 약속한 환율로 다른 두 통화를 교환하는 계약이다. 다만 선물환 거래 쌍방 간의 신뢰에 바탕을 둔 OTC거래라면, 통화선물은 거래소가 청산소(clearing house) 역할을 하고, 거래단위와 계약월 등 표준화된 거래조건에 따라 거래가 이루어지며, 거래 당사자들은 이행보증금 성격의 증거금을 거래소에 예치해야 한다는 점이 다르다.

또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거래소의 파생상품 거래는 계약일이 되기 전에 거의 다 청산이 된다는 사실이다. 거래소에서는 일일정산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이익과 손실에 따라 증거금이 가감된다. 따라서 손실을 입은 거래자는 반대매매를 통해 계약을 청산하든지, 증거금을 추가로 납부하고 계약을 유지하든지 해야 한다. 자산형태나 상품유형에 상관없이 대부분의 장내 파생상품 거래는 계약일 전에 청산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스왑도 외환스왑에서 설명한 것을 기본으로 이해할 수 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달러와 원화 간 통화스왑의 경우, 달러를 받는 쪽은 달러이자(Libor금리)를 지불하고, 원화를 받는 쪽은 원화이자(CRS 금리)를 지불한다. 즉, 어느 한쪽은 양국 간의 이자율 차이를 비용으로 지불해야 한다. 주로 우리나라 외환 당국이 하는 것처럼 환리스크관리나 장기자금조달, 금리차익 및 금리변동을 이용한 투기적 거래 등의 목적을 가지고 이용한다.

옵션은 특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사고파는 콜옵션 매매와 특정한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를 사고파는 풋옵션 매매가 있다. 사는 쪽은 권리금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파는 쪽은 권리금을 수취한다. 콜옵션 매수는 앞으로 기초자산의 가격이 올라 지불한 프리미엄 이상의 차익을 낼 수 있으면 수익을 보는 것이고, 이럴 경우 매도자는 그만큼 손해를 보게 된다. 풋옵션 매수는 반대로 기초자산 가격이 내려가서 지불한 프리미엄 이상으로 차이가 나면 수익을 본다. 역시 매도자는 이럴 경우 그만큼 손실을 본다.

다시 말해 매수자들은 프리미엄만큼의 위험을 감수하고 자신이 기대했던 방향으로 자산가격이 변동하면 이익은 무한대로 얻는다. 매도자들은 프리미엄만큼의 이익을 얻고 책임은 무한대로 져야 한다. 지난 해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피해를 많이 본 KIKO가 이러한 옵션을 응용해 만든 상품이다.

이자율 관련 파생상품이 가장 큰 비중 차지

파생상품의 기초가 되는 자산형태별로 구성비율을 살펴보면, 2008년 6월 기준으로 이자율 관련 파생상품이 67퍼센트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외환파생상품으로서 9퍼센트를 차지했고, AIG사태로 잘 알려진 CDS가 8퍼센트, 에너지/금속/곡물의 거래와 관련된 상품파생 거래가 2.3퍼센트, 주식관련 파생상품이 2퍼센트를 차지하며 그 뒤를 따르고 있다. 매일 밤 은행 간 차입이 엄청난 규모로 이루어고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파생상품의 규모가 절대적으로 큰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이자율 파생상품 거래의 대부분이 스왑거래이기 때문에 상품유형별로는 스왑거래가 약 70퍼센트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자율 관련 파생상품의 거래가 주로 런던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덕택에 영국이 전체 파생상품거래의 약 45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인 25퍼센트보다 월등히 많다. 또한 이 시장에서 주로 거래되는 통화가 달러에서 유로로 전환했다. 2007년 기준으로 유로화가 약 39퍼센트, 달러화가 약32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IFSL 2007).

런던은 아시아 시장과 북미 시장 모두와 시간적으로 겹쳐 유리한 지리적 위치에 있기 때문에 미국이 주도하는 자본주의 하에서도 여전히 금융거래의 중심지를 유지하고 있다. 이것이 이번 전지구적 위기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나라 중 하나가 영국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국은 금융서비스 산업의 호황 덕분에 그동안 여타 OECD국가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해 왔는데, 영국의 주요 은행들이 파산상태에 빠지면서 금융산업 전반이 침체에 빠졌다. 이미 주요 은행들은 거의 다 국유화 되다시피 했다. 이것이 다가 아니고, 영국경제 전체가 다시 IMF구제를 받아야 할 지경에 처했다고 한다(SERI).

이자율파생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다보니 다른 자산형태의 파생상품시장이 왜소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실제 규모를 보면 절대로 작은 규모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008년 기준으로 외환파생상품 시장의 규모는 63조 달러에 달하고, 현재 최고 골칫거리가 된 CDS의 규모도 57조 달러나 된다. 그밖에 분류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기타의 규모도 81조 달러에 이른다. 이 범주에 속하는 상품의 상당부분은 이번 금융위기의 시발점이 되었던 합성 부채담보채권(Synthetic CDO)가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밖에 상품파생거래 계약도 13조 달러에 이르고, 증권파생상품도 10조 달러에 달한다.

한국 파생상품시장, 경우의 수만큼 불어나는 대량살상무기 ‘파생상품’

우리나라의 파생상품 시장도 그동안 급격히 확대되었다. 2008년 12월말 기준으로, 전체 계약(잔액)규모가 6,100조 원이 넘었다. 대부분은 이자율관련거래와 외환관련거래였다. 이자율 관련 거래가 3,400조 원 정도로 전체의 55퍼센트를 차지했고, 그 다음 외환관련 거래가 약 2,600조 원으로 43퍼센트를 차지했다. 거래시장별로 보면 대부분 장외거래가 차지했다. 전체 계약규모 중 6,000조 원은 장외거래로 이루어졌다. 거래 누적액을 보면 까무러칠 정도이다. 기초자산의 개념적 가치기준으로 1년 동안 거래된 총액은 무려 5경 7,000조 원이 된다.

투자 주체별로 살펴보면, 전체 6,100조 원의 계약규모 중은행의 거래규모는 약 5,900조 원 정도로 96퍼센트 정도를 차지했다. 이자율관련 거래와 외환관련 거래가 주종을 이루기 때문에, 이를 주로 다루는 은행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은행이 다루고 있는 이 두 자산형태에 관련된 파생상품의 규모는 약 5,860조 원으로 거의 대부분을 이룬다.

파생상품의 원래 목적은 자본시장의 투자자들에게 위험회피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한다. 각종 증권, 부채, 외환, 부동산 등의 자산에 투자한 사람들이 시장의 변동성으로 인해 가치하락으로 입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미래 특정 시점에 안정적인 가격으로 매매할 수 있도록 미리 계약하거나 계약할 수 있는 권리를 매매하는 것이다. 그를 통해 케인즈가 가장 강조했던 투자가들이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를 완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파생상품이 위험회피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불안정성을 극도로 가중시켜 지금과 같은 전 세계적 차원의 공황을 초래하고 말았다. 앞에서 보았듯이 언론에 많이 회자된 CDS 거래만 보더라도 계약규모가 세계적으로 57조 달러에 달한다. 미국에서 위기의 시발점이 되었던 합성 CDO 거래는 규모조차 정확히 파악이 안 되고 있다.

이 중에 어느 정도가 최종적으로 손실로 처리되게 될지 아직 모른다. 4월 21일자 경제신문에 난 기사를 보면 IMF는 이번 금융위기로 인한 손실이 약 4조 1,000억 달러를 상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고 한다. 이 중 2조 7,000억 달러는 미국 금융기관의 손실액이다. 이러한 사실을 볼 때 자산가치 손실에 대비한 위험회피가 파생상품의 원래 목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현실에서 파생상품은 투기에 적합하게 설계되고 유통된다. 대부분은 자산의 소유여부와 상관없이 파생상품이 거래된다. NDF거래에서 보았듯이 100만 달러를 소유하지 않고도 100만 달러의 환전에 관련된 계약을 맺을 수 있다. 주식의 소유여부와 상관없이 선물과 옵션의 거래가 가능하고, 어떤 기업의 파산에 관련된 CDS도 기업에 대한 지분소유와 상관없이 만들어지고 거래가 된다.

홀짝 게임처럼 2가지 이상의 경우의 수만 생기면 상품이 될 수 있다. 또한 하나의 계약이 성사되면, 그 게임에 대한 또 다른 게임이 만들어 질 수도 있다. 이번 위기 때 확인한 것처럼 모기지 → 주택저당채권(MBS) → 부채담보채권(CDO) → CDS로 끝없이 진행된다. 여기에 시간에 관련된 선물개념을 결합하거나 이러저러한 조건을 결부시키는 옵션 개념을 결합하면 엄청나게 많은 수의 상품이 나올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유통되고 있는 상품의 규모가 얼마인지 아무도 알지 못했고, 지금까지 그 피해가 어디에서 멈출지 파악이 제대로 안 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의 공공성 확대를 위한 노력 필요하다

지금 현재 전세계에서 금융시장의 규제완화를 주장하고 있는 정부는 이명박 정부밖에 없다. 모두 하나같이 금융규제의 강화를 이야기하고 있는 지금 용감한 것인지 무식한 것인지 자본시장통합법 같은 것을 시행하고, 이번 위기를 세계 금융의 중심국으로 나아가는 기회로 삼겠다고 한다. 외국자본의 갑작스런 이동으로 발생한 자본시장과 외환시장의 혼란에 대해 무능력하다는 사실만을 입증해 보였던 정부가 그래도 금융자유화밖에 없다고 외치고 있다.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여러 동유럽 국가들, 심지어 진정한 세계의 금융허브인 영국마저도 파산에 처할 지경인데, 그것을 롤 모델로 삼고 있는 이 나라 정치인들과 관료들이 한심하다.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듯이 그로 인한 사회적 피해는 모두 민중들에게 전가되고 말 것이다.

파생상품시장이 자산 가치의 하락에 대비한 위험회피 수단이라면, 해당 자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 거래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그저 도박을 합법적으로 운영하게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현재와 같이 큰 규모로 파생상품 시장이 발전되어 있는 현실에서 이를 아예 없애버려야 한다고 주장하면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할 것이다. 사회적 변혁이 일어나지 않는 한 그런 일이 벌어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자본주의가 달려온 반대방향으로 사회의 지향점을 돌리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파생상품시장을 축소하고 규제를 강화하며, 외환시장과 자본시장에 대해서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기본 원칙을 바꾸어야 한다. 물론 금융자본은 악하고 산업자본은 선하다는 잘못된 이분법을 가지고 이 문제에 접근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자본주의적 지배계급이 사회를 통제하고 자신들의 권력을 강화하는 매커니즘에 대해 민주적인 통제를 가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문제를 하나씩 풀어가자는 것이다. 구체적인 주장은 앞으로 더 발전시켜야 하겠지만, 기초적인 생각은 새사연 보고서 “금융부문의 공공성 확대를 위한 새로운 출발점 모색”(2009.02.09)에서 제시한 바 있다.

<참고문헌>
BIS, 2008. "OTC derivatives market activity in the first half of 2008".
IFSL, 2007. "Derivatives 2007".
SERI, 2009. “영국경제의 불안요인과 향후 전망”, SERI Issue Paper.
성광진, 2009. “최근 외환시장 동향과 주요 이슈”, 한국은행 금요강좌.
차 백인, 장 원창, 김용환, 2001. “외환 금융시장의 종합적인 모니터링체제 구축”, 한국금융연구원. 한국은행, 2007a. “우리나라의 외환제도와 외환시장”.

박형준 hjpark@saesay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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